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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코로나19는 이제 극복해야 할 질병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적 변화를 가속화하는 트리거가 돼 삶이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 공예와 디자인도 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전시와 프로그램, 포럼 등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급하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그 위기도 잠시, 이를 전화위복 삼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오히려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갖춰지고 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전시를 입체감 있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과 작품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알 수 있게 됐다.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스타 디자이너들이 개인 방송을 시작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게 됐으며 온라인 포럼은 참여 인원수의 제약에서 벗어났다. 이제 더는 팬데믹으로 인해 할 수 없다는 말이 변명이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난 한 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지금의 상황이 끝나길 바라기만 할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무엇을 준비하고 갖춰야 할지 궁리하고 배워야 한다. 이번 특집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업계 관계자들에게 주목받은 새로운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며 지금 시대의 롤모델이 될 만한 콘텐츠를 선보인 사례를 모았다.

진행・글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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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판매자 서른 명과 함께 필드 앤드 서플라이Field+Supply를 시작한 브래드 포드Brad Ford는 미국 아칸소Arkansas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훗날 고급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성장한 어린 브래드는 매년 열리는 지역 공예 마켓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그를 들뜨게 한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또 마켓에 참여하는 경험 그 자체였다. 미국에서 공예 마켓과 페어는 오래되고 또 매우 친숙한 전통이다. 그 지역의 메이커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팔 수 있는 장으로 큰 도시는 물론 작은 동네까지 미국 전역에 퍼져 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 경험이 그리웠던 브래드 포드는 다만 그의 취향이 좀 더 성숙해진 만큼,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공예 마켓을 좀 더 새롭고 세련된 맥락에서 되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후 매년 한 차례 열리던 행사를 봄・가을 두 번으로 확장하고 200개가 넘는 부스가 참여할 뿐 아니라 유명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가 다녀가는 뉴욕 대표 행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없었던 지난 2020년은 커다란 위기였다. 다만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연초부터 전자상거래 기반의 새로운 웹사이트 구축을 논의하고 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와 함께 필드 앤드 서플라이의 첫 온라인 행사 기획에도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지난여름 필드 앤드 서플라이의 첫 온라인 버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행사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판매자와의 교류, 음식, 음악, 그리고 재미있는 쇼핑 경험 등 가상의 환경에서 재창조하고 싶은 몇 가지 필수 요소를 정해 집중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봉쇄 조치로 커다란 타격을 받은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고 노출시키는 것도 중요한 임무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필드 앤드 서플라이는 앞으로 오프라인 행사와 더불어 온라인 행사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코로나19 위기 덕분에 현대적인 공예 마켓을 창조하고 싶었던 브래드 포드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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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0개가 넘는 부스가 참여할 뿐 아니라 유명 크리에이터가 다녀가는 뉴욕 대표 행사인 필드 앤드 서플라이의 코로나19 이전 풍경
(우)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행사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판매자와의 교류, 음식, 음악, 쇼핑 경험 등 가상의 환경에서 재창조하고 싶은 필수 요소를 정하고 집중해 성공적으로 온라인 행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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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이 선정한 우수공예품 31점이 국내 호텔 라운지에서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선택하던 전시장이나 공예 편집숍 무대를 벗어나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창구를 개발하는 시도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행사 기간 중반 즈음에 준비한 물량의 55%가 판매됐고, 첨장 기법으로 유명한 윤주철 도예가의 경우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얻었다. 고급스럽고도 독보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하는 호텔과 새로운 관객층을 만나고자 하는 우수공예품의 만남은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사실 공예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새로운 판로에 대한 고민을 시급하게 불러왔다. 공진원이 대대적으로 기획전을 열기보다는 우연한 노출과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틈새시장을 발굴하기에 나선 이유다. 이 대목에서 유통 컨설팅 기업인 노태그의 호텔 프로모션 아이디어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노태그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더 플라자 호텔에 입점한 기프트숍을 운영하면서 이들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었다. 해외 관광 대신 국내 호텔로 휴가를 가는 ‘호캉스’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고객들에게 선사할 새로운 볼거리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공예품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콘텐츠로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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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선보인 쇼케이스 전시. 노태그 제공
(우) 각 공예품의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강조할 수 있도록 한 디스플레이. 공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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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는 해외로 전시를 직접 보러 다니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강의나 대화를 실시간 영상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소통 방법을 찾았다. 전 세계가 동시에 봉쇄 상황을 맞이했던 지난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생겨난 수많은 온라인 라이브 방식의 대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TV, 잡지, 갤러리 등이 주체가 돼 물리적 만남이 불가능해진 디자이너들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들였고, 우리는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접속해 이야기를 경청하고 실시간으로 질문도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존재하던 온라인 화상 대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 발생한 팬데믹 덕에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지위가 향상됐다. 물리적인 이동과 만남은 실생활에서 멀어진 반면,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좋아하는 디자이너들과 온라인상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온라인 라이브 대화 프로그램은 2020년 봄에 시작돼 몇 달간 활성화됐다가 조금씩 진행 수가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비슷한 형식의 대화와 낮은 품질의 화질과 음질에 시청자들이 실증을 느껴서일 수도 있고 갑자기 기획된 무료 제공 프로그램인 탓에 주최 측에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계획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2020년 4월 1일에 시작돼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뉴욕 프리드만 벤다 갤러리의 ‘디자인 인 다이얼로그 Design in Dialogue’ 프로그램은 그 존재 이유가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줌Zoom을 통해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명사와의 인터뷰는 디자인 비평가 글렌 애덤슨Glenn Adamson이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처음에는 프리드만 벤다에 소속된 작가들을 초청해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순수 예술가, 건축가, 전시 큐레이터, 패션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을 참여시키며 범위를 넓혀갔다.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인종차별에 관한 시위가 촉발된 직후, 디자인계에도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깨달으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디자이너인 스테판 버크스Stephen Burks를 프로그램의 두 번째 진행자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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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뉴욕 프리드만 벤다 갤러리의 홈페이지에 80편이 넘는 인터뷰가 아카이빙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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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공예포럼>은 공예계의 현황과 이슈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에서 2017년부터 매년 운영해 오는 행사다. 공예가와 전문가, 유관 기관과 단체 등 공예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 소통하는 장으로 공예의 사회적 현황과 이슈, 담론과 이론 등을 논의한다. <2020 서울여성공예포럼>은 코로나19가 이제 단순한 사건을 넘어 전환적 이슈라는 데 초점을 두고, 이러한 격변기에 공예가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묻는 자리를 마련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예가 만드는 일상의 새로운 변화’라는 주제로 2020년 12월 10일에서 11일까지 이틀간 서울여성공예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 (youtube.com/c/서울여성공예센터더아리움)에서 진행했다. 유튜브 스트리밍과 함께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적용해 해외 공예 전문가와의 대담도 진행했다. 이 콘텐츠는 유튜브에 고스란히 남아 이틀간의 행사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두고 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생명력을 얻었다. 포럼 프로그램은 ‘공감과 연결’ ‘성찰과 전환’ ‘대응과 제안’이라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코로나19에 맞서는 세계 공예계의 대응과 주요 이슈를 다루었으며, 특히 이 섹션에 패널로 참가한 영국의 콕핏아츠Cockpit Arts, 대만의 팝업아시아Popup Asia 등 세계 곳곳의 공예 기관과 연결해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섹션 ‘성찰과 전환’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예계의 변화와 현안을 살펴보았으며, 세 번째 ‘대응과 제안’에서는 비대면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공예가와 기관의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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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솔루나 리빙의 노일환 대표가 소개한 ‘2020 가나자와 아트페어’ 사례. 온라인 아트페어에 참가하면서도 해당 작품을 오프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 작은 전시를 마련했다. 사진 제공 노일환
(우) 브랜드와 공예가의 협업 마케팅 사례로 매그 피알 앤 이미지 이영민 대표가 제시한 ‘라이카 스토어 청담’ 오프닝 전시. 사진 제공 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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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디자인 및 예술 분야의 작가와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조형디자인협회는 매년 추계학술대회를 열어왔다. 2020년 10회를 맞은 이 행사도 코로나 시대에 맞춰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2020년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국민대학교와 공동으로 주최해 열린 이 행사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비대면 시대: 공예와 디자인’이라는 주제다. 한국조형디자인협회는 특히 많은 회원이 학교에 재직하고 있어 회의를 할 때마다 언제나 비대면 수업이 이슈였다고 한다. 특히 공예는 다른 인문·사회·디자인 영역과 달리 손으로 직접 제작한다는 점과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대면 수업이 용이하지 않은 분야라 수업 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가 많았다. 이에 비대면 시대의 공예와 디자인의 미래를 전망하고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 논의하는 담론의 장을 연 것이다. 행사는 <2020 국제학술대회>와 <2020 국제조형디자인전>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전시는 영상전으로 선보였다. 총 10개국 95명의 작품 이미지를 엮은 영상이 국민대학교 조형관 본부관 홀의 150인치 화면으로 송출됐으며, 많은 사람이 오가며 자연스레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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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제학술대회> 현장. 기조연설자를 비롯한 최소한의 관계자 외에는 줌을 이용한 화상 비대면 방식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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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괴로웠고 오늘은 모든 것이 불명확하지만, 다음을 긍정적으로 기약하기에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세계적인 조명・가구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이 2020년 3월 시작한 방송 시리즈 ‘투모로 채널Tomorrow Channel’의 슬로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디자이너 중 한 사람 일그에게도 지난 한 해는 험난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런던과 밀라노, 뉴욕, LA 등에 위치한 사무실과 숍을 모두 닫아야 했고, 봉쇄 조치로 프로젝트 진행도 힘들어졌다. 그 와중에 그가 눈을 돌린 곳은 유튜브였다. 시작은 그저 코로나19에 대한 것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을 소통을 통해 해소하고 싶은 열망도 있었다. 긍정적인 이야기,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영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만든 총 27개의 에피소드는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물성物性, 발광성發光性, 소음 그리고 공예. 물질과 빛을 다루며 공간에 대해 생각하는 디자이너답다. 영상에서 그는 물건을 쌓고, 금속을 용접하고, 종이를 자르며 물건의 본래 형태와 속성을 탐구한다. 이제까지의 톰 딕슨 조명 디자인을 돌아보고 또 지난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지만 투모로 채널이 그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10대 DJ이자 뮤직 큐레이터인 스텔라Stella인터뷰, 프랑스의 유명 프린팅 하우스 ‘마레 프린팅Imprimerie du Marais’에 대한 소개 등 톰 딕슨의 다양한 관심사를 망라한다. 재료의 원천과 공예, 주조 기법의 역사를 돌아보는 데에서는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투모로 채널의 ‘푸드’ 카테고리는 채널과 함께 시작한 ‘프레시 푸드 허브Fresh Food Hub’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전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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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여러 물성의 물건을 균형감 있게 쌓는 놀이. 톰 딕슨 스튜디오의 멤버가 모두 참여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물건 쌓기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운데) (우) 열일곱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10대 DJ이자 뮤직 큐레이터인 스텔라를 인터뷰하며 ‘소리’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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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티파니Lucy Tiffney의 온라인 워크숍에는 화려한 편집이나 자막은 없다. 친구들끼리 점심을 먹으며 찍은 영상처럼 카메라의 움직임은 단순하고 친근하다. 워크숍을 이끄는 그의 모습도 편안하기 이를 데 없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가끔 말이 꼬이기도 한다. 그저 디자이너가 일상을 보내면서 작업하다가 갑자기 방문한 손님을 맞은 것 같은 느낌으로 색을 구성하는 법, 일상생활 속에서 재료를 구하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루시 티파니는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벽지부터 텍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다. 그는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혼자 조용히 작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작품 제작 방식이 집중을 요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이 대대적인 봉쇄 조치에 돌입한 뒤로 수많은 사람이 집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배출할 곳을 찾는 것을 보고 그는 문득 워크숍을 만들어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위한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작품을 공유하고 홍보하는 데 인스타그램을 주된 채널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계정에 영상 콘텐츠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IGTV (인스타그램 TV)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총 11개의 워크숍과 더불어 다양한 작품 제작 과정을 공유한 그의 영상에는 댓글이 가득하다. 덕분에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부모들부터 루시의 수업을 따라 해볼 생각에 설렌다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고맙다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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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가운데)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해 자신만의 패턴 디자인 방법을 알려주는 루시 티파니의 SNS 수업
(우) 직접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패턴을 활용해 벽지부터 텍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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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를 위해 탄생한 코비드-19 허브

2020년 초 코로나19의 첫 충격이 가시고 우리가 가장 괴로움을 느낀 것은 정보의 부족함과 불명확함이었다. 의학적으로 그 영향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바이러스의 특성에 더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전염병 확산은 많은 혼란을 불러왔다.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대규모 확산)’을 빗대어 ‘인포데믹Infodemic(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혼란은 컸다. 이 와중에 디자이너와 공예가 등 창조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겪은 불편함과 불안감은 또 다른 종류였을 것이다. 다른 업계 못지않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언론의 일차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고, 또 산업 분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잇따라 발표된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도대체 나와 나의 브랜드가 어느 카테고리에 해당하는지조차 헷갈리기 일쑤였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과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공예가들의 어려움도 컸을 것이다. 누가 우리의 이익을 대

변해 줄까? 취소된 프로젝트와 전시로 인한 손해를 메울 방안은 없을까? 아직 해보지 않은 작품 홍보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시아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은 유럽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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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에 답하고자 아일랜드 정부가 자국의 디자이너와 공예가들을 위해 오픈한 것이 ‘코비드-19 허브Covid-19 Hub’다. 코비드-19 허브는 ‘아일랜드 디자인・공예위원회 Design & Crafts Council Ireland(이하 DCCI)가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아일랜드의 디자이너와 공예가들을 지원하고 대변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 기관인 DCCI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점차 거세지던 지난 2020년 3월, 디자이너와 공예가들이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목격했다.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어디에 어떻게 어려움을 호소해야 할지 막막해진 것이다. 이를 돕고자 DCCI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주 묻는 질문’ 문서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었다. 앞으로 사업에 어떤 타격이 올지, 또 지금 가능한 정부의 지원은 무엇이며 바이러스의 영향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망라한 11쪽짜리의 이 문서는 일주일 만에 코비드-19 허브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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